살아지는 이야기/물처럼 바람처럼(시)

가을밤

바람강 2016. 9. 30. 13:34

가을밤 風影 林日煥 쓰르라미 울음이 쓰라리다. 떠날 날을 예감한 것들의 합창 건조한 설움에 귀울음이 오고 밤송이 떨군 건들바람 한 자락 명치를 파고들어 혈류에 섞인다. 어둠이 또아리 튼 모퉁이를 지날 때 높아진 곡조가 밤보다 짙은 장막을 쳐 산자락엔 오솔길이 사라지고 깊어만 가는 곳에서, 나는 미아가 되었다. 오래전 해오라기가 날아간 하늘 쓱쓱 두 손 휘저어 닦아내면 잊었던 이름 하나둘 별로 떠 있다. 낙엽 몇 장 깔고 벤치에 주저앉아 떠오르는 얼굴들 나직히 불러보고 옆자리를 외면한 이름에게, 천천히 검은 수의를 입힌다. 밤이, 얼마나 더 깊어야 새벽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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