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밤
風影 林日煥
쓰르라미 울음이 쓰라리다.
떠날 날을 예감한 것들의 합창
건조한 설움에 귀울음이 오고
밤송이 떨군 건들바람 한 자락
명치를 파고들어 혈류에 섞인다.
어둠이 또아리 튼 모퉁이를 지날 때
높아진 곡조가 밤보다 짙은 장막을 쳐
산자락엔 오솔길이 사라지고
깊어만 가는 곳에서, 나는
미아가 되었다.
오래전 해오라기가 날아간 하늘
쓱쓱 두 손 휘저어 닦아내면
잊었던 이름 하나둘 별로 떠 있다.
낙엽 몇 장 깔고 벤치에 주저앉아
떠오르는 얼굴들 나직히 불러보고
옆자리를 외면한 이름에게, 천천히
검은 수의를 입힌다. 밤이,
얼마나 더 깊어야 새벽이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