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질 녘 단상
풍영 / 임일환 날고 싶던 시간을 지나 두려움 없이 산을 오르던 날도 있었지 낯선 땅도 머물다 보면 거쳐왔던 곳처럼 눈에 익고 내려다본 그곳도 여느 산하와 다를 것 없었으니 나의 것이라 거둔 것은 자만의 눈에 어린 착시였어 언젠가 군중 속에서 목청껏 호명되던 이름 한때 이룸을 딛고 서서 포효하던 도취가 오늘 부질없음을 깨친 얼굴에 노을로 타오른다 어둠이 어른대면 잊혀지는 것에 친해져야 한다 밤이 되면 가슴에 단 이름표도 어둠이 될 텐데 스스로를 호명하는 애처로운 치매에 들지 말고 바람에 흔들리는 능선의 한낱 억새처럼 산야를 적시고 낮은 곳에 모여든 물방울로 주변에 작은 파문으로 번지다 스러지고 말 것을 꿈이라 포장한 집착의 끈을 풀어 헤쳐 미련에게 자유를 주어 가벼워진들 어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