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자고
풍영 / 임일환
어쩌자고 세밑에 이리 비가 내리는가!
비 내리는 창가에 묵은 먼지를 털어내다
어쩌자고 묻어둔 이름을 찾아냈을까?
머물지 못한 인연은 언제나 옹이로 남아
한세월 넋 놓고 먼 하늘만 우러르게 했기에
애당초 이름을 묻지 않고 알리지 않았지만
어쩌다 정수리에 박혀버린 이름 지울 수 없어
강변을 걸으며 푸나무 이름이나 되뇌던 날들
시간은 지나고 나면 먼지가 되는 것
살아낸 날들이 부서져 한겹 한겹 쌓이고
가슴까지 묻힌 몸으로 걸음도 떼기 힘든데
어쩌자고 바람은 불어 먼지를 날리고
이미 밟고 지난 시간을 다시 보게 하는지.
몸부림쳐도 다 털어낼 수 없는 먼지
회오리바람으로도 되돌릴 수 없는 시간
꿈이 사라진 눈에 꽃 한 송이 피어난들
꽃을 담을 공간이 이젠 가슴에 없는데
어쩌자고 세밑에 비가 저리도 내리는가!
비가 그치고 나면 눈도 더 흐려지겠지.
시간이 쌓이고 쌓여 목까지 잠기고
이름마저 부를 수 없는 날에 비가 내리면
어쩌자고 기억해낼 얼굴도 영영 사라지고
어쩌다 비바람 불어도 흔들리지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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