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지는 이야기/가슴에 남는 풍경

눈 내리는 섬진강변에서... 2009.12.0

바람강 2009. 12. 7. 16:47

  아침부터 하늘이 잔뜩 흐려 있어 쉬이 떠날 곳이 생각나지 않았다. 대책없이 나섰다가 비라도 내리면 여간 낭패가 아닐 수 없기

 때문에 일단 사무실에 들러서 인터넷을 뒤지다 불현듯 엊그제 신문에서 보았던 곳이 생각났다. 섬진강 시인으로 알려진 김용택 선생님

 의 고향인 전북 임실군 덕치면 ...

   네비게이션이 안내하는대로 도착해보니 회문산 휴양림 입구의 맞은 편이다. 일단 도보로 돌아볼 길을 차로 한번 둘러보고 다시 출발지인 장암리 진메마을 앞에 차를 세우고 본격적으로 걷기 시작하는데 비가 아닌 눈보라가 몰아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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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을 따라 구비구비 휘감아 도는 신작로를 걷는데 눈보라는 더욱 거세진다. 강 물에 스며 녹아버리는 눈을 보고, 눈보라에 가려진 먼 산을 보고, 개가 짖어대는강 건너 외딴집도  보며 걷다가 나도 모르게 무던히도 멀었던 어린 시절 초등학교 다니던 그 길로

빠져들고 만다.

 

 

 

 

 

   아이가 되어 어린 시절 그 길을 거닐던 난 갈림길이 나오고 나서야 꿈에서 깬 듯 현실로 돌아왔다. 옛 덕치초교 천담 분교터를 지나자 천담마을이 나오고, 그 마을의 고샅길을 걷는데 야트막한 담장 너머로 시레기며 메주 말리는 풍경들이 보이고 연기가 솟아나는 굴뚝과 까치밥이 넉넉히 남아있는 감나무, 저 만큼 평화로이 가지 위에 앉아있는 까치들이 아련한 추억 속으로 나를 끌어들인다.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모든 것들이 너무 정겹고 그리워지는 그 풍경 속에서는 현실에서의 돈이며 명예

 따위가 한낱 부질없는 것이 되고 만다.

 

 

 

 

 

 

 

     천담 마을에서 작은 들판을 지나니 구담마을이란 표지판이 보인다. 여지껏 지나치는 차 한 대도 없는 도로의 가로수가 매실나무다. 구담마을 가는 길과 강 사이엔 제법 높은 언덕이 있고 눈 닿는 곳 아무데나 절경이다. 과거에 무슨 영화 촬영지였다는데 엮시 절로 고개가 끄덕여 진다. 신문에서의 제목처럼 "그 길을 걸으면 어느새 나무가 된다"란 문구가 어찌 그렇게 가슴에 콱 박히게 맞아 떨어지는지...

 

 

 

 

 

 

 

 

 

 

 

  섬진강에서 는 잊어라!

  강이 그냥 시가 된다. 

 

 

 

 

  구담 마을 당산터를 돌아서 다시 출발지로 돌아 온다.. 오는 내내 강이며 내 어깨엔 눈이 내려 앉고 가슴 깊은 곳엔 그리움이 가득

 채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