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지는 이야기/가슴에 남는 풍경

하동 금오산 산행... 2009.12.06.

바람강 2009. 12. 8. 19:45

 

    어린 시절, 해질 무렵이면 갑자기 마음이 쓸쓸해 지면서 가족들이 기다리는 따뜻한

  초가집 안방이 그리워져 하던 놀이도 내팽게치고 와락 집으로 달려들곤 했었습니다.

    얼마 전까지도 직업상 날마다 외지로 돌아다녀야 했었고  섬 지방도 수시로 들락

 거렸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섬으로 향하는 배에 오르면 마치 아주 먼 길을 떠나는

 것처럼 가슴이 아려오고,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배에 오르면 나도 몰래 안도의 한숨이

 나오면서 어린 시절 집으로 달려들던 그 마음처럼 육지와 가족이 마악 그리워지는 것이

 었습니다. 저녁 무렵인 시간 탓인지, 노을 담은 바다 탓인지 좌우지간 그렇게 그리운 것

 들이 넘쳐나는 시간엔 그저 그리운 것들을 향해 달리는 것 외엔 할일이 없었구요.

    주말 아침이면 병처럼 어딘가로 떠나야 한다는 중압감에 시달립니다. 누구와 약속한

 바 없고 미리 계획을 세우지 않았기에 또 주섬주섬 인터넷을 뒤집니다. 그렇게 찾다가

 눈에 들어온 곳이 경남 하동의 금오산...

    섬진강 휴게소를 지나 진주쪽으로 조금 달리다 보면 우측에 불쑥 솟아 있는 산. 몇 번

 지나치면서 제법 높단 생각만 했을 뿐 정상 부위에 미사일 기지인듯한 군사시설들이 보

 여서 별로 흥미를 갖지 않았는데 최근엔 정상까지 등반이 가능하단 말에 마음을 정하고

 달려 봅니다.

    산행 싯점인 청소년 수련원에 주차를 시키고 얼마쯤 올라가니 한 폭의 그림같은 남해의

 바다와 섬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산을 오르다 뒤돌아 바다를 보고 서면 정면이 해돋이의 명소로 알려진 경남 남해도 이고 

 우측은 하동과 광양이며 좌측은 삼천포인데 이 모두가 바로 지척인양 가깝게 보였습니다.

 처음보다 시간도 지났고 고도도 높아진 탓인지 같은 바다와 섬인데 또 다른 느낌으로 와

 닿습니다. 특히 같은 바다라도 서해나 동해보다 남해는  왜 그리 포근해 보이고 고향처럼

 달려가 안기고픈 그리움을 주는지 모르겠습니다.

 

 

 

 

 

 

     정상에 올라서니 아직 남아 있는 군사 시설들이 눈에 거슬렸지만 북쪽으로 희미하게 눈

  덮힌 지리산의 봉우리들이 보이고 하동과 삼천포의 연기를 내뿜는 화력 발전소와 광양제

 철소, 그리고 남해의 다랭이 마을까지 휘휘 둘러 볼 수 있는 전망은 정말 좋은 산이었습니다.

     정상에서 잠시 쉬면서 산행 때마다 지참하는 1.5리터 보온병의 뜨거운 물을 탄 커피 한

  잔으로 거제도 조선소에 다닌다는 60 여 세의 또 다른 홀로 산행객을 벗을 만들었습니다.

  하산 길 내내 서로 다른 세상을 사는 이야기로 정을 쌓았고 헤어지기 전 서로의 전화번호를

  주고 받으며 훗날을 기약해 봅니다. 특별한 자취를 남기는 삶 보다, 그저 이렇게 하루하루 지

  나는 모든 것들이 결국 내 여로가 되고 그 길이 끝나가는 어느 날 참 괜찮은 날들이었노라고

  살포시 미소 지을 수 있었으면 좋겠단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