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지는 이야기/가슴에 남는 풍경

수장된 고향의 추석

바람강 2014. 9. 12. 15:25

 유난리 이른 추석...

너무 이른 탓에 풍요는 느끼기 힘들었다. 아침 일찍 차례를 모시고 아들을 데리고

성묘를갔다. 고향 뒷산에 누워 계신 조상님들께 성묘를 마치고 눈 앞의 호수를 본다.

만수위다. 넉넉함이 보기 좋지만 내 어린 시절이 남아있을 마을터는 더 깊은 물속으로

가라앉아버렸다는 생각에 가슴이 얼얼하다.

 

바로 건너 편의 시루봉이다. 나무가 우거져 바위들이 가려졌지만 어린 시절엔 그 바위에서

동화책에 나오는 큰 바위 얼굴을 찾으려했었다. 다음에 나는 어떤 얼굴이 되어 있을까 조

바심하면서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는데 지금의 나는 이 정도의 어른이 되어있다.

 

모후산 자락의 집게봉엔 낮은 구름이 드리워져 있는데 오늘 같은 날 이곳에 살다 정든 땅을

물속에 수장시키고 떠난 사람들은 어떻게 시름을 달랠까를 생각해 보니 가슴이 헛헛해 온다.

 

 

 

돌아 오는 길. 서재필 박사 추모공원의 꿈을 꾸는 듯한 동자상 앞에서 다시는 돌라갈 수

없는 저 표정을 지을 수 있는 시절을 떠올려 본다. 초등학교 동창 2명을 이 곳에서 잠깐

만나기로 했기에 추석이라고 찾았던 고향에서의 쓸쓸한 마음이 좀은 달래질 것 같다.

 

 

 

내 꿈을 카웠던 모교 옆의 이 공원에는 이렇게 낯선 여주가 터널을 이루고

지나는 이들의 눈길을 받고 있는데 난 어디에 눈을 두어야 하나...

 

 

 

돌아 와 도시의 추석달을 본다. 슈퍼문이라고 했는데 휘영청 밝은 달은 스마트폰

안에 담겨서도 쓸쓸함으로만 와 닿는다. 연휴내내 외로워서 고향 친구들을 불러

덧없는 웃음믈 만들며 보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