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6월 8일
연휴 3일 째다 보니 평상시 산행 멤버들에게 연락을 못한 채
일요일을 맞았습니다. 어쩜 한 번 쯤은 혼자 떠나고 싶었던 마음
이 있었는지 핑게 김에 혼자서 집을 나섰습니다.
어차피 구례쪽에 볼 일이 있었던지라 구례 간전과 용방을 거쳐
되돌아 오다 곡성 태안사 뒷산인 봉두산을 오르기로 했습니다.
태안사는 절 입구에 경찰 승전탑이 우뚝 솟아 있습니다. 대충 눈길
을 주고 걸어 올라 연못 윗쪽으로 접어 드니 여기저기 스님들이 눈에
띕니다. 듣기로는 요즘이 하안거 기간이라는데 나 같은 문외한이 그
숭고한 뜻까지 헤아릴 도리가 없어 그저 경외감 반, 근원을 알 수 없는
안쓰러움 반 정도의 가라앉은 마음으로 바라볼 뿐입니다.
등산로에 접어드니 일단 햇빛 하나 들지 않은 서늘함이 전신을 감
싸 옵니다. 기어가는 벌레를 보고 파헤쳐진 땅바닥도 들여다 보며
하릴없는 사람처럼 유유자적 오르는 산길이 무척이나 고즈녘하니
좋기만 합니다. 바람은 어김없이 골짜기를 타고 올라 잎을 흔들고
오가는 이 없는 길을 홀로 걷자니 이것 저것 참 생각이 많아집니다.
살면서 혼자서 무언가를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었음이
느껴집니다. 왜 그리 사람들 속에서만 부대껴 대며 지내야 했는지
정말 어리석었단 생각이 듭니다. 어차피 얻을 수 없는 것들이 훨씬
많은 세상에서 혼자서 마음 다스려 보다 풍성한 존재로 살아가기엔
더 많이 버리고 잊고 포기하면서 살아야 하는 건데, 그래야 비로소
비워야 채워지는 그 영원한 풍요를 누릴 수 있는데 말입니다.
정상에 올라 보니 표지석이 누군가에 의해 깨져 있었습니다. 그때
쯤은 반대편 코스에서 올라오는 등산객들을 몇 명 만났고 드디어는
또 사람들 속으로 결국 돌아 온듯한 아쉬운 절망감을 맛 봅니다.
산죽 숲에 바람이 붑니다. '사그락사그락'대는 소리를 눈 감고 마음
으로 들으며 좀이라도 더 산에 머물러 봅니다.
맑은 물에 세수를 하고 잠시 바위에 걸터 앉아 좋은 시간이었노라
기억하며 가끔씩은 혼자 산행을 해야겠단 다짐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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