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눈이 엄청나게 내려서 피었던 꽃들이 질까봐 걱정을 했었다.
늦은 감이 있지만 남 쪽 끝으로 가서 봄을 느끼고 싶은 마음에 해남과
고흥을 염두에 두고 고민을 하다가 고흥에 있는 팔영산을 오르기로 했
다.
팔영산은 고흥의 점암면과 영남면에 걸쳐있는 산으로 봉우리의 그림자
가 8개로 비춘다 해서 팔영산으로 부른다고 알고 있는 산이다. 주차장
에는 전국에서 몰려든 관광버스가 가득차 있었다. 간신히 빈자리를 찾
아 주차를 시키고 주차장 입구의 낮익은 관광안내 표지판을 습관처럼
한 번 훑어 보고 능가사 쪽을 향했다
멀리 팔영산의 봉우리들이 보인다..
이곳이 팔영산 입구에 있는 고흥의 유일한 사찰이나 다름없는 능가사다.
봄이다! 마을 할머니들이 냉이, 쑥, 머위(머구), 달래등 온갖 봄나물들을 팔고
있다. 몇 해 전, 이곳에서 샀던 머위가 쌉싸름하게 얼마나 맛있었던지 하산길에
또 머위 3,000원 어치와 새쑥 2,000원 어치를 샀다.
능가사 돌담 위로 산수유가 피어있고, 매화며 개나리도 수줍게 길손을 반긴
다. 이렇게 봄이 와 있는 것을 무슨 연유로 가슴 안에 봄을 느끼지 못하고 있
었을까? 딱히 떠난 사람도 보낸 사람도 없었건만 해묵은 그리움으로 가슴을
치며 그렇게 떨어대며 지낸 시간들이 좀은 억울했다.
마늘... 고흥의 특산물이다. 물론 신안군의 섬에도 많지만 이곳 고흥도 5월이
면 그냥 차를 타고 지나가도 온통 알싸한 마늘냄새가 코를 찌를 정도로 마늘
재배를 많이 한다.
골짜기에 들어서자 아직 겨울의 기운이 남아 있다.
제 1봉인 유영봉에서 남쪽 바다를 본다. 들판과 야산 너머로 바라만 봐도
정겨운 바다와 이름없는 조그만 섬들이 가슴 안의 응어리를 토해내게 만든
다. 좋다~~ 아무런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희열이 저 밑바닥에서부터 솟구
친다. 그저 좋다란 말 밖에 무슨 수식어가 필요할까...
저렇듯 사람들은 정상에 머물기를 좋아한다. 난 정상에서 내려올 때의 허탈
함이 두려워 정상에서는 오래 머물지 않는다. 간식을 먹을 때도 정상에서 어
느 정도 내려와 아늑한 곳을 찾곤 한다.
1봉부터 6봉까지는 봉우리가 연이어 붙어 있고 7,8봉은 약간 떨어져 있다. 간간히 발받침이나 줄을 매어 놓았지만 상당히 난코스다. 처음으로 산행을 같이한 여인이 있었는데 이런 코스를 오르내리다 보니 손도 잡아주고 엉덩이도 밀어주다 보니 금새 이물없는 사이가 되고 만다.
먼길 달려 봄을 보러 와서 가슴 가득 그 향취를 담아왔다. 이젠 내 가슴
안에도 봄이 오려나... 계절이 바뀔 때마다 허탈해지고 이렇게나 빨리 가
는 세월 앞에 내 살아가는 모습이 영 성에 차지 않고, 이룸없이 지나간 시
간들 탓에 그냥 초라해지고 조급해지는 마음을 주체 못하는 나다. 그래서
항상 계절앓이를 홍역보다 심하게 해대며 초겨울 어스름 달밤에 빈들에
서있는 허수아비 마냥 그렇게 외로워 하며 무언가를 기를 쓰고 찾아 헤메
지만 결국 얻어진 것 없이 허탈한 가슴을 쓸어 내리며 살아오길 벌써 몇
년 째인가! 어쩔 수 없이 지극히 평범한 인간일 수 밖에 없는 조금은 뒤떨
어진 내가 결국은 평안을 얻기 위해서는 더 많이 잊고 버리고 살아야 할
것 같다. 그래, 이젠 훌훌 털고 오는 봄을 맞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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