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처럼 여전히 날이 흐리다. 어디든 가고는 싶은데 이 계절에 홀로 다닌다는
게 조금은 멋적고 또 사람 많은 곳을 별로 안좋아 하는 탓에 하릴없는 사람처럼
느즈막히 화순쪽으로 달리다가 문득 너릿재 옛길이 생각나서 너릿재 터널을 지
나자 마자 우측 산길로 핸들을 꺾었다. 이곳에도 벚꽃은 만발했다. 아직도 옛날
처럼 자갈이 깔린 길을 따라 구불구불한 길을 오르는데 이따금씩 마주오는 차들
이 있어 좀 넓은 곳에서 기다리기도 하고 또 조심스레 기다리는 차 옆을 비켜가
기도 하면서 차안에서 그냥 한손으로 핸드폰 카메라의 셔터를 눌러 본다. 어린
시절 월산에서 완행이나 급행버스를 타고 광주를 갈때 이 길을 힘겹게 오르던 기
억이 났다. 광주까지 대략 2시간 반이 걸렸었는데...
오가는 차가 드문 탓에 회상에 잠겨 시속 5km 정도로 주행을 해도 뭐랄 사람도
없고 또 걸어서 재를 넘는 사람들도 있어 먼지라도 날까봐 빨리 달릴수도 없었다.
차안에서 차창을 통해 찍다 보니 영 화질이 마음에 안든다. 하지만 벚꽃이며
바위 틈에 핀 진달래가 옛길을 오르는 또다른 맛을 느끼게 해준다. 승용차로도
이렇게 빠듯한데 그 당시 버스들은 마주오는 차와 교행을 할때 얼마나 신경이
쓰였을까?
중간중간에 이렇게 걸어 다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저 사람들은 과거의
이 길을 알기나 할려나.
지금도 어렴풋이 기억나는 정상 부근의 느티나무... 예전에도 이만큼 컸었던것
같은데 세월이 그렇게나 흘러도 그 자리에 그만큼의 크기로 남아있어 와락 반가
운 마음이 든다. 저 아래로 지금의 화순으로 내려가는 4차선 도로가 보인다.
여기가 너릿재 정상이다. 비포장도로는 전라남도 화순군이고 포장이 된 곳이
광주 광역시에서 싸이클 연습도로로 쓰는 곳이다. 난 여기에 주차를 시키고 우
측 능선을 따라 무등산 가는 길로 산행을 시작했다.
능선길은 완만하고 이제 막 돋아나는 새순들과 지천으로 핀 진달래에 이름모를
꽃의 향기가 얼마나 좋은지...
나무사이로 저 아래 하얗게 구불구불 난 길이 화순쪽에서 너릿재를 오르는 길
인데 벚꽃 때문에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다.
여기서부터 광주시 쪽의 길이다. 싸이클 연습도로라지만 엮시 비포장보다는
정취가 덜하다.
길 옆에 목련도 흐드러진다. 덩그러니 놓인 벤치가 좀은 쓸쓸해 보인다. 화무
십일홍이라 했던가! 가지의 꽃보다 땅바닥에 나뒹구는 꽃잎들이 눈에 밣힌다. 저
꽃들이 지고나면 잎이 돋겠지만 우리네 삶도 한 세대들이 물러나고 또 새로운 세
대들이 주연을 하고.... 결국 그렇게 살아지고 말진데 무에 그리 처절하게 살려고
들 하는지...
아이를 목마 태우고 가는 저 사람은 지금 어떤 기분일까? 아이야 그저 모든
게 신기롭기만하고 즐겁겠지만 저 아빠는 필경 어깨에 얹어진 무게만큼의 책
임감과 두려움이 쌓여 있을게다.
여기가 광주쪽에서 옛 너릿재를 올라가는 시작점이다. 지원동에서 너릿재
터널 오르막 못미처 좌측으로 2수원지 들어가는 길로 500m쯤 가다보면 이 길
이 나온다. 연 이틀 홀로 산행을 하면서 더 많이 겸손해질 수 있는 시간들이 되
었다. 집착을 버리고 물처럼 바람처럼 그렇게 살자고 다시 마음을 다잡아 본다.
꽃에 취해 조금은 들뜨려던 마음을 가라앉히고 세상의 순리를 거스리지 않는
그런 삶을 살자고 다짐해보면서 다시 사람들 속으로 비집고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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