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지는 이야기/가슴에 남는 풍경

[스크랩] 무소유의 행복! 그 요원함이여....

바람강 2009. 9. 30. 21:14

 

  누군가가 번민과 고뇌는 살아있음의 생생한 증거라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버려도 버려도 샘물처럼 솟아나는 욕구는 제아무리 발버둥쳐도 인간일 수밖에 없다는 또렷한 우리의 한계를 말하는 것 일까요?

 

   여름 산행은 그 장소를 선택함에 있어 상당히 심사숙고를 하게 합니다. 날씨가 더운 탓에 체력소모가 많아서 어떻게든 좀더 시원하고 덜 지칠 코스를 골라야 하기 때문입니다. 계곡이 있으면 좋고 등산로가 가능하면 그늘에 가려진 숲길이면 더욱 좋습니다. 거기에 더하여 바람이라도 몰려드는 길목이라면 금상첨화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어제는 고심 끝에 곡성군의 도림사 계곡을 거슬러 오르는 동악산 등정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수량은 약간 부족한 듯 했지만 계곡 바닥엔 온통 너럭바위가 깔려 있었고 그 위를 타고 넘는 물소리는 가히 가슴 속까지 적셔주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햇빛 한자락도 들어오지 않는 울창한 숲길을 오르는데 가끔씩 불어오는 바람은 영락없이 열어놓은 대형 냉장고 속에서 나온 듯 서늘하게 등을 쓸어주어 우리 일행은 그저 "야! 좋다! 정말 좋다!"란  비음만 토해낼 뿐이었습니다. 고심 끝에 선택을 했다지만 이토록이나 여름 산행의 여건을 완벽히 충족시켜 주는 코스가 있었다니 그저 고마울 따름이었습니다.

  그렇게 오르던 길이 중턱을 상당히 지나쳤다 싶을 무렵 잠시 쉬어 가자며 작은 바위등걸에 엉덩이를 붙이는 순간 같이 간 친구가 "야! 저거 산삼 아니냐?" 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우리 눈길은 그 친구의 손가락이 가르키는 곳을 향했고 거기엔 TV 심마니 프로에서 보았던 듯한 잎이 5개인 그 상서로운 약초가 바위 밑 후미진 곳에 숨어 있었습니다. 우린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뜻밖의 횡재에 당황해하며 누군가가 "만약 진짜 산삼이면 어떻게 할까?"라고 물었고 "뭘 어떻게 해. 팔아서 똑 같이 나누어야지."란 대답도 망설임 없이 나왔습니다. 뿌리가 다치지 않게 주변의 돌이며 흙을 내가 치우는 동안 다른 친구 한명은 근처에서 또 다른 한 뿌리를 더 발견했고 우리의 가슴은 상당한 기대로 콩닥거렸습니다. 그러나 세상에!.. 조심스레 뿌리 주변을 치우고 들어올려진 그 5잎의 뿌리는 머리털처럼 잔뿌리가 무성한 이름 모를 풀이었습니다. 어찌나 허탈했던지 우린 마주 보며 한참을 웃고 말았습니다.

   다시 마음을 추스리고 정상에 올라 발 아래 세상을 굽어 보노라니 '버리자고 오른 산에서 이 무슨 부끄러운 욕심일까? 엮시 난 너무나 한심한 속물에 불과하구나!' 란 자괴감에 씁쓰레한 마음을 어찌할 수 없었습니다. 비움 만세! 비우고 비우면 행복하다는데.... 동문 여러분! 아무 것도 소유하지 않으면 아무것에도 얽메일 게 없어 삶이 행복하기만 하답니다. 무소유의 행복! 제겐 아직 요원한 갈망의 대상이지만 우리 하나씩이라도 버리면서 집착 하나라도 벗어 던져 버립시다.

                        2006년 06월 12일 광주에서 24회 임 일환.

출처 : 문전초등학교
글쓴이 : 바람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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