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가면 괜시리 마음이 심란해진다. 무언가 해야 할 일들이 많은데
아무것도 못하고 세월만 보내버린 듯한 조바심이 생겨나고, 유난히도 겨울이
빨리 다가올 것 같은 초조한 마음에 금방 나이 한 살을 더 먹어야 할 것 같은
서글픔 비슷한 게 생겨나기도 한다.
이런 가을날에는 무던히 참고 있던 마음이 해질 녘이 다가오면 급기야 무너져
내리고, 아무데든 황망히 나서게 되고 만다. 그나마 홀로 나서기 새삼 처량스러
운데 누구든 동행이라도 있다면 많은 위안이 되고...
갑자기 순천만의 갈대밭이 생각났다. 많이 짧아진 가을해가 흐릿한 날씨탓에
얼마나 남았는지 시간으로 짐작하며, 그 곳에 도착했을 땐 이미 땅거미가 들녁을
점령하고 서쪽하늘엔 곱게 노을이 지고 있었다.
갈대밭 사이로 잘 놓여진 나무다리를 따라 걷노라니 가끔씩 남쪽 하늘로 떼지어
날아가는 철새 무리의 울음이 심금을 울린다. 너른 갈대밭을 가로질러 야트막한
산의 전망대에 오르려는데 채 반도 못가서 어둠 앞에 굴복하고 돌아서야 했다.
그나마 돌아오는 길에 상사댐 아래 어느 식당에서 족발과 고록(꼴뚜기과)회에
소주 한 잔을 걸치니 서운면은 된듯 싶었다.
그렇게 또 하루가 가고 가을은 덧없이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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