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17일..
난 언제나 이 계절만 되면 헛헛함과 그리워지는 것들 탓에 진저리를 친다.
그래서 늘상 어디로든 떠날 생각에 조바심 나곤 하는데 토요일이라면 아침
부터 마냥 설레어 베낭을 꾸리고 집을 나서게 된다. 단 한번도 미리 어디를
가겠단 계획은 세우지 않은 채 나서지만 결국 발 닿는 곳에서 그다지 후회스
럽기 않은 선택이었음을 고마워 하면서...
지리산이 좋을 것 같았다. 조금은 어지럽혀진 마음을 추스리기엔...
육모정을 지나 정령치를 향해 오르는데 아래쪽과는 달리 지리산 특유의
웅장한 단풍이 눈 앞에 펼쳐져 절로 탄성을 울리게 한다. 제법 세차게 불어
대는 바람에 온 단풍숲이 너울너울 춤을 춰 댄다. 단풍으로 유명한 여느 산
들보다 장엄하기까지 한 지리산의 가을에 나는 푹 빠져든다.
노고단을 오르려다 뱀사골로 향했다. 조금은 아기자기하고 따뜻한 무언가가 그리웠나 보다.
천년송으로 유명한 구름도 쉬어 간다는 와운마을에 도착하니 벌써 점심시간이 훌쩍 지났다.
마을 깊숙이 자리한 어느 집에 들어서니 여기저기 도토리가 담겨진 그릇들이 눈길을 끈다.
방에 글어가 도토리묵에 동동주를 시키고 산채백반으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서울에서 살다
집안 어른들의 중매로 시집와서 삼십 몇년을 살았다는 주인 아주머니와 오미자로 담근 술을
맛보라며 따라주는 수더분한 아저씨의 인심에 가슴속이 훈훈해 졌다.
밥을 먹고 뱀사골 계곡을 따라 조금 오르자니 빠져들고 싶도록 맑은 계곡물엔 온통 떨어진
낙엽들이 떠 다니고, 핏빛보다 붉은 단풍을 가지에 단 나무들이 사르르 떨어대고 있었다. 이젠
정말이지 가을이 깊어버린 것이다. 을씨년스러워 지려는 마음을 애써 달래며 돌아오는 길에
더 많이 사랑하며 살리란 다짐을 해보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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