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지는 이야기/가슴에 남는 풍경

병풍산의 설경 2009.12.19.

바람강 2009. 12. 19. 16:42

   지난 밤, 어떤 모임의 망년회 자리에서 술잔을 기울이는데 창 밖에 흰눈이 펄펄 내리고 있었다.

 같이 한 친구가 좋고 70~80의 음악이 좋은데 눈 까지 내리니...

 

    아침에 일어나니 온 세상이 눈 천지다. 눈이 이렇게 쌓이는 날 만나자며 가슴 설렌 약속을 했던

  사람과의 어설픈 언약은 채 겨울이 오기도 전에 서로의 가슴에 작은 상처만 남기고 가을처럼 사

  라졌는데 어김없이 눈은 이렇게 대지를 덮고 난 또 설레임으로 산을 향한다.

    담양의 병풍산을 향하는데 앙상한 가로수 가지 위에, 시골 마을의 지붕이며 하천 가 마른 풀섶에

  눈 시리게 하얀 눈이 소복히도 쌓여 있다. 간간히 불어대는 바람에 대 숲의 눈들은 하이얀 보라를

  일으키며 날려대고...

     산행 초입에 미처 떨구지 못한 잎새를 메달고 있는 떡갈나무 군락지의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등산로가 꽤나  정겹기만 하다.

 

 

 

 

   투구봉 정상... 바위 위에 내려 앉은 눈이 다시 바람에 날릴 때면 온통 시야가 뿌옇게 흐려져

  질 낮은 디카로는 그 장엄한 풍경을 담을 엄두도 못냈다. 카메라를 DSLR로 바꿔야 할텐데...

 

 

 

 

 

     투구봉에서 병풍산 정상을 바라보나 눈보라에 시야가 트이질 않는다.

 

 

      아름다운 것을 보면 그림같다고들 하는데 그림은 절대로 자연만큼 아름답지 못하단 생각을

   해 본다. 가지며 잎새 위에 이렇게나 가벼이 살포시 내려 앉은 눈을 어떤 화가가 이보다 아름답

   게 그려 낼 수 있을까?

 

 

 

 

 

 

     한참을 걷다보니 희미하게 병풍산 정상이 눈에 들어온다. 멀리 눈 덮힌 들판이며 마을들은 눈

   으로만 감상하고 카메라에 담을 엄두도 못낸다. 좋은 카메라는 그런 것도 잡을 수 있으려나...

 

 

 

 

 

 

 

      푸른 소나무 위에도 어김없이 눈은 앉아 있다.  등줄기는 기분 좋은 땀에 젖어 들고 혼자 보는

   아름다운 눈세상을 핸드폰 카메라에 담아 생각나는 사람들에게 보내본다. 한동안  그렇게 머물

   다 보니 어느덧 땀이 식고 한기가 들면서 배고픔이 느껴지고 따뜻한 것들이 그리워져 하산을 서

   둔다.

 

 

 

   돌아오는 길에 이젠 많이 녹아내려 지져분하게 변한 도로를 달리며 세상에 영원할 수 있는 건 무얼

 까 생각해 본다. 텅 빈 들녘을 달릴 때 가슴안에 차오르는 허허로움...  그나마 거기에 가면 무조건 따

 뜻할 것만 같은 내 가족과 집이 있어 서둘러 돌아갈 수 있음에 감사해 보고 물처럼 바람처럼 그렇게

 살아가려는 내 자신이 그다지 초라해 보이지 않아서 그냥 행복하다고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