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마지막 날인데 펑펑 눈이 내린다. 어둡고 아픈 날들을 덮어버리려는 듯...
하릴없이 가게에 들러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사무실에 들러서 카메라를 챙겨 집 근처 작은 야산을 올랐다.
발목까지 빠지는 눈길을 헤치고 집에서 차로 5분 거리인 백마산을...
틈만 나면 찾는 전평제(저수지). 연꽃이 아름답던 곳인데 이젠 얼음에 덮여 있다. 지척에 이 전평제와 풍암 저수지, 금당산,
개금산, 그리고 백마산과 이 저수지 아래 들판... 언제 생각해도 도회지에 살면서도 이런 자연을 가까이 두고 있음에 감사하
고 우리 동네가 정말 살기 좋은 곳이란 생각이 든다.
백마산 정상의 정자. 여름엔 이 곳에 앉아 땀을 식히곤 했는데 마루바닥까지 눈에 덮여 있다.
능선의 소나무들이 힘겹게 눈을 이고 있다. 길 옆에 덩그마니 놓인 벤치에 눈이 내려앉아 왠지 쓸쓸함이 더하다.
아직 누구의 발길도 닿지 않은 저 길에 처음으로 발자국을 찍기가 가슴 설레면서도 조금은 죄스러움이 앞선다.
무덤들 위에도 솜처럼 부드러운 눈이 쌓여 마치 이불을 덮고 있는듯 하다.
들판 너머로 희미하게 우리 아파트가 보인다. 언젠가는 고향처럼 아늑한 시골에 살리라 생각하지만 지금도 이렇듯 들이 있고
산이 있어 그나마 숨통이 트이긴 한다.
눈에 덮여 있는 논들과 산, 비록 콘크리트 포장은 괴었지만 정겨운 농로.... 정말로 끝없이 걷고 싶은 풍경이다.
건너편 보이는 집이 그 유명한 매월농원(싸고 나름 초라하지 않아 번호표를 받고 대기해야 할 때가 많을 정도로 손님이
많은 광주애서 유명한 오리 구이집)이고 그 뒷산이 개금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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