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2일 중에 하루쯤은 혼자서 떠나고 싶은데 누구든 같이 가자고 하면
매몰차게 거절하지도 못한다. 간밤에 동행하자고 연락을 했던 친구가 전
화를 받지 않는다. 오히려 잘 되었다 싶어 서둘러 시내를 벗어난다. 언제
나처럼 목적지를 정하지 않았으니 어디로든 갈 수 있는 날이다.
고속도로를 타고 장성을 지났다. 조금 더 가니 백양사... 서해 바다나
볼까하고 백양사 I.C 로 나와서 고창으로 넘어가는 방고실재를 넘는다.
고개 마루에 제법 차들이 많이 세워져 있었다. '그래, 오늘은 방장산이나
오르자!'.. 전에 방장산을 오를 땐 정읍 입암쪽 국도에서 올랐으니 오늘
코스도 무난한듯 싶다.
양지 쪽 참나무 사잇길에 아직 잔설이 남아 있다. 시작부터 꽤나 가파르다.
쉬고 싶은 생각이 들 만큼 어지간히 오르니 바위 절벽 아래에 방장사가 있다.
정남향 양지녁에 바위절벽을 등지고 선 아담한 암자 안에서는 낭낭한 불경소
리가 흩날리려는 마음을 다잡아 준다. 저 스님은 내가 얻고자 하는 것 보다 얼
마나 더 고귀한 것을 구하려고 저리도 외로움과 그리움마저 외면 하실까...
산행을 할 때 마다 능선에 올라서면 하늘을 보고 멀리 아래에 펼쳐진 들이
며 바다를 보게 된다. 이 사진을 찍으려는데 '아뿔싸' 윗 쪽 암자를 찍고 더
워서 옷을 갈아 입으면서 카메라를 거기에 빠트리고 와버렸다. 편도로도 족
3~400미터 되는 길을 뛰어 내려와 다행이 손 타지 않은 카메라를 찾아들고
다시 산을 오르는데 내 심한 건망증에 화가 나고 같은 길을 두번 오르는 맥
빠짐이 영 지치게 한다.
배너머재에서 페러 활공장이 있는 봉우리로 가는 능선 내내 눈이 쌓여 있다.
중간 쯤에 방장 동굴이 아래로 50미터 지점에 있다는 표지판을 따라 내려가
는데 왠걸 50미터가 아니라 족히150미터는 되는 것 같았다. 그나마 동굴 앞
에서 사진이라도 담을렸더니 10여명 일행인 듯 싶은 작자들이 입구를 막고
퍼질러 앉아 라면을 끓여 먹고 있었다. 대충 눈으로만 훑고 다시 능선으로 오
르는데 맥빠질 일들이 많은 탓인지 정말 힘이 든다.
저기 희미하게 보이는 곳이 고창읍이다. 한 장 아래는 정읍 입암 쪽..
페러글라이더 활공장. 앞이 툭 터져서 바람만 적당하면 활공하기 쉬울듯..
높은 곳에 눈 덮힌 묘가 있어 대충 읽어보니 앞은 회문산이요 좌는 무등산
우는 한라산을 둔 대명당 자리로 저 부인의 자손들은 모두 다산과 다복하여
현세에 이르고 있으며 '자손들아 영원히 여기 계신 할머니의 음덕에 감사드
리고 지성으로 받들자!' 란 글이 쓰여져 있었다. 그래도 내 눈엔 너무 높은 곳
에 덩그마니 있는 그 무덤이 왠지 쓸쓸해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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